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국립현충원 (2013.04.24) - 자목련

by xT5 2013. 4. 25.



자목련 (도종환)


너를 만나서 행복했고 

너를 만나서 고통스러웠다 


마음이 떠나버린 육신을 끌어안고 

뒤척이던 밤이면 

머리맡에서 툭툭 꽃잎이 

지는 소리가 들렸다 


백목련 지고 난 뒤 

자목련 피는 뜰에서 

다시 자목련 지는 날을 

생각하는 건 고통스러웠다 


꽃과 나무가 

서서히 결별하는 시간을 지켜보며 

나무 옆에 서 있는 일은 힘겨웠다 

스스로 참혹해지는 

자신을 지켜보는 일은 


너를 만나서 행복했고 

너를 만나서 오래 고통스러웠다