목련(木蓮) - 김시습
以爾爲蓮葉如枾 - 너를 연꽃이라 여기면 잎이 감잎 같고
以爾爲枾花如蓮 - 너를 감나무라 여기면 꽃이 연꽃 같네
綠葉堪作鄭虔紙 - 초록 잎은 정건의 종이를 삼을 만하고
玉葩可比姑射仙 - 옥빛 꽃은 고야선자에 비할 만하네
風來裊裊素羽搖 - 바람 불면 하늘하늘 흰 깃이 움직이고
月下獨伴姮娥眠 - 달빛 아래 홀로 항아와 짝하여 잠드네
淸香冉冉襲人衣 - 맑은 향기 염염히 사람의 옷에 스며오니
綽約仙子來翩躚 - 아리따운 선자가 와서 나부끼는 듯하네
玉皇謫汝深山中 - 옥황이 너를 깊은 산중에 귀양 보냈으니
不脫水雲袍幾年 - 수운의 도포를 벗지 못한 게 몇 해이던가
腸斷山風捲地時 - 애끊는 산바람이 땅을 말아오는 때이네
縞巾零落淸溪邊 - 흰 명주 두건이 맑은 개울가에 떨어지니
我欲收拾作衣裳 - 내가 수습하여 의상을 지어
服之洞天雲水鄕 - 동천의 운수향에서 입으려 하네
夷猶玉井太華巓 - 아직 옥정이 태화산 꼭대기에 있는데
有時騎下初平羊 - 때때로 초평의 양을 타고 내려오네
*정건:당나라 사람, 시서화에 뛰어나 삼절(三絶)로 불린 인물,
가난하여 감잎에다 글씨를 쓰는 연습을 했다고 전해짐.
*고야선자:살결이 얼음과 눈과 같다는 선녀
*항아:달에 산다는 선녀
*수문:행각승
*옥정:별이름
*초평:원래 양치기였는데 도술을 배워 신선이 되었다는 인물, 바위를 양으로 변하게 할 수 있었다고 함